스무 살 때 내 옆에는 말 잘 통하고 상냥하고 예쁜 여자 친구가 있었다. 둘이 함께 걸으며 이제껏 살아온,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해 끝도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잘 놀라고 기뻐해 주는 여자 친구 앞에서 나는 멋진 남자가 되고 싶었다. '밤하늘의 별도 달도 따 주는……' 그런 남자.
그런데 여자 친구는 스무 살이 되도록 별똥별을 못 봤단다. 나는 안타까웠다. 그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순간을 내 좋은 사람이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니…….
노력하면 별똥별을 볼 수 있다. 내가 경험했으니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고등학교 이학년 때 나는 별똥별을 보기 위해 가을 내내 하늘만 쳐다보고 다녔다. 덕분에 여기저기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하수구에 발이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어느 순간 보고 말았다. 신이 하늘에 대고 '부욱!' 그어 댄 성냥불 같은 내 첫 별똥별을.
가을 밤길을 걸으며 나는 여자 친구에게 별똥별을 보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하늘을 쳐다보는 거예요. 그렇다고 하늘만 보면 넘어지니까 문득, 자주 하늘을 봐요. 이렇게!
두 손으로 여자 친구의 머리를 들어서 하늘을 향하게 한 순간, 기다렸다는 듯 별똥별 하나가 하얗게 빛나며 떨어졌다. “저거, 저거!” 여자 친구가 놀라 외쳤고 나는 더 놀라서 아무 말도 못했다.
어떻게 한 거냐고 여자 친구가 계속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여자 기숙사를 향해 걸었다. 혼자 돌아오는 길은 여느 때와 다르게 발걸음이 힘찼다. 나는 여자 친구에게 별을 따 준 남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법을 믿는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전설도 믿는다. 점점 세상을 알아 가는 두 아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면 자신 있게 대답한다. 아빠의 첫 여자 친구에게 물어보라고, 엄마는 진실을 알고 있다고.
김남중 님 | 동화 작가


김남중 님은 2004년 《기찻길 옆 동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바람이다1.2》, 《불량한 자전거 여행》, 《새나라의 어린이》 등이 있습니다.

출처 좋은생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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