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작업실을 두어 달 빌렸다. 가을 겨울이 빨리 오는 곳이라 시월부터는 창을 닫고 방바닥을 따뜻하게 했다.
외딴집이지만 새벽까지 불을 켜고 있으면 손님들이 찾아온다. 색 다르고 모양 각각인 날벌레들이 수없이 창을 두드렸고 청개구리 한 마리도 밤마다 찾아왔다. 일하다가 고개를 들면 하얀 배와 끝이 동그란 발가락이 보였다. 손톱으로 유리창을 긁적이면 엉금엉금 기어가는 청개구리를 놀리며 혼자 웃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자정 넘어 저녁을 먹다가 청개구리가 안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춥도록 쌀쌀한 밤이어서 죽었나 싶어 창을 열었더니 창틀 틈에 개구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크기를 보니 내가 아는 개구리인데 낙엽 닮은 갈개구리가 되어 있었다.
따뜻한 방 안에 들여놓으려 개구리를 붙잡자 손에 오줌을 쌌다. 그래도 몸이 따뜻해지니 턱 밑을 골골 움직이며 푹 자는 것 같았다. 자는 개구리를 두고 나는 고민을 했다.
겨우내 챙겨 줄 수도 없는데, 곧 작업실을 비워야 하는데 청개구리를 따뜻한 방 안에 두는 게 맞는 걸까? 따뜻한 데 있다가 갑자기 내쫓기면 심장마비로 죽지는 않을까?
아침에 내보내고 밤에는 재워 주다가 며칠 뒤 짐을 빼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편물처럼 쌓여있는 일들을 몰아서 해치우고 한숨 돌리다 빗물 흐르는 창을 보고 청개구리를 떠올렸다.
청개구리는 이 밤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얼음장 같은 창에 붙어서 왜 벌레들이 날아오지 않는지 궁금해할지 모른다. 어쩌면 서리처럼 하얗게 변해 땅바닥에 배를 드러내고 누운 건 아닐까? 이렇게 추운 밤이면 세상 곳곳에서 낙엽처럼 툭툭 세상을 떠나는 청개구리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듣지 못할 뿐.
청개구리는 말없이 겨울을 맞는다. 때가 되면 나도 청개구리처럼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는지. 생각해 보면 내 겨울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궁금하다.

김남중 님 | 동화 작가

김남중 님은 2004년 《기찻길 옆 동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바람이다1.2》, 《불량한 자전거 여행》, 《새나라의 어린이》 등이 있습니다.

출처 좋은생각 홈페이지

http://www.positive.co.kr/good/71341_48_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