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 직업의 관련성이 약화되는 추세 속에 청소년들의 진로 선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급하게 진로를 선택하기보다는 고민하고 탐색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교 진로지도보다 가정에서의 진로지도가 중.고교 학생의 진로 성숙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자녀의 진로 선택을 주도하기도 하고, 자녀가 평생 진로를 개척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길러주기도 한다.
자녀 진로지도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하나는 가능한 한 일찍 특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직업생활에 필요한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는 것을 진로 선택보다 더 강조하는 것이다. 조기에 진로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은 크게 성공할 경우 극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어 진로지도의 성공 사례로 자주 제시되기도 한다. 예체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청소년에게는 두 번째 모델, 즉 조기 진로선택보다 '기초역량'을 다지는 것에 중심을 두는 것이 더 적합하다.
기초역량이란 모든 직업에서 필요한 특성으로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 의사소통 능력, 문제해결력, 평생학습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학습친화적 성향을 갖는 것,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자신감과 자기관리 능력을 포함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는 직업세계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고령화가 한층 진전된 사회이다. 평생 동안 자신의 진로를 여러 번 바꾸거나 한 분야 안에서도 질적인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므로 너무 일찍, 좁은 분야에 맞는 구체적인 기술 습득에 제한하는 진로 준비는 불안하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개입은 매우 정교하거나, 그렇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최소화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자녀의 미래를 인도할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할 생각이라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며, 선택한 진로 경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녀 스스로 선택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 프로그램은 매우 정교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와 같이 정교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미래에 대한 예측 자체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가 어설픈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제공하기보다는 정성스럽게 정서적으로 지원하고, 자녀가 스스로 자신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한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긍정적 자아개념을 포함한 기초역량 제고에 자녀 진로지도의 중심이 있다고 하여 진로 선택의 숙제를 피할 수는 없다. 고등교육의 보편화, 전공과 직업의 관련성이 약화되는 추세 속에 미래 예측과 진로 선택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많은 아이들이 진로 선택을 유보하며, 부모는 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청소년 본인은 진로 미결정에 대해 일종의 열등감마저 느끼고 있다. 그러나 정보도 없이 내린 진로 결정보다는 '현명한 미결정'이 훨씬 바람직하다. 성급하게 진로를 선택하기보다는 고민하고 탐색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부모는 적극적 공감자로서, 정보탐색의 동지로서, 때로는 조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