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입시이다.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이면 대학·전공의 선택, 그리고 재수라는 갈림길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전전긍긍하게 된다. 결국 학생들은 수능점수와 대학의 사회인지도라는 진로결정 지표에 따라 자신의 대학과 전공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본 필자로서는 그간 연구를 통해 수없이 목격한 국내 청소년의 진로개발 오류를 알고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그지없다.
대학 입학 후 자신의 흥미와 전공 간의 불일치로 인한 대학생활의 불성실과 불만족이 편입학·휴학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전공과 취업 간의 불일치 또는 졸업 후 어떻게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고 효과적인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무지 등으로 인해 고학력 실업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반복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합리적 진로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개인의 책임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학생 개인의 진로목표와 직업 간의 관련성은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못하는 진로교육의 후진성과 관련이 깊다. 더 나아가서 국민 개개인의 진로개발을 도와주지 못하는 국가교육의 미흡함과도 관련된다.
초·중·고교 교육은 교과학습을 통해 청소년의 진로와 졸업 후의 구체적 ‘일’과의 관련성을 연계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졸업 이후 삶의 전체 맥락에서 자기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등을 키워줘야 한다. 대학 교육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세계의 탐색과 경험, 구직활동, 직무 적응, 은퇴 준비 등과 같이 삶 전반에 걸친 진로개발을 총체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 기능을 확충하고 재정비해야 한다. 일반 기업은 청소년들이 아는 지식과 실천할 수 있는 지식 간의 균형감을 체득할 수 있도록 일터를 개방하고, 교육의 최종 수요자로서 주어진 사회적 의무감에 민감해야 한다.
하지만 진로개발의 오류에 대해 남을 탓하기보다는 ‘나’를 돌아보는 것이 성장과 발전의 기본철학이다. 남을 탓하기보다 내 삶의 목표를 새롭게 조명하고 진로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며 준비한다면 어느새 성장한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향해 가는가’ ‘어떻게 목표를 구체화할 수 있는가’ 등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우선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꼼꼼하게 탐색해야 한다. 타당성이 검증된 심리검사 도구를 통하여 자신의 객관적 정보를 탐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친구, 부모, 형제 등을 통하여 자신의 장·단점을 질문해 보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특징 등에 주목해 보자. 또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그리고 적합한 직업탐색과 향후 자신이 가질 직업에 대한 세부적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자기이해와 진로정보 탐색을 토대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에 적합한 직업과 대학전공을 결정하고 향후 4년간의 대학생활 계획을 수립해 봐야 한다. 잠자고 일어나는 일상생활의 작은 습관부터 한 학기, 한 학년 단위로 직업체험과 봉사활동 등 구체적 목표와 세부 강령을 만들어 실천하고 수시로 평가해 보는 것도 좋다. 이때 대학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인생은 장거리 달리기와 같다. 대학입학이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점일 뿐이다. 좀 더 길고 깊이 있게 자신의 인생 전반을 생각하며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후회 없는 나의 삶을 만드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