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의 책상] 무리한 새벽 공부는 독이죠 … 야자 땐 한 과목 ‘올인 학습’

안산동산고 2학년 이주찬군

▲이주찬군은 학원을 안 다니는 대신 평일 저녁은 교실, 주말은 학교 도서실에서 자율학습을 한다. 학원 강의 듣는 것보다 혼자 힘으로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억지로 공부하지 않고 반드시 7시간 수면
수학 공부는 오답노트 대신 요약노트 활용
시험 땐 마인드 컨트롤 위해 일기 쓰기도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집중한다
이군은 공부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 평소에 하고 싶은 일을 억지로 참으면서까지 공부하지 않아서다. 하루 수면시간은 반드시 7시간 이상으로 지키고,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축구 같은 운동 경기도 즐긴다.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집중하자’는 게 그의 생활신조다.

고등학교에 온 이후 이런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고1 때 괜히 무리해서 공부했다가 역효과를 본 적이 있어서다. 중학교 때까지는 자정을 넘겨 자본 적이 없었던 이군은 고등학교에 올라와 새벽까지 공부했다. 기숙사에서 새벽 2~3시까지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다. 하지만 오전 12시가 넘어가자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다음날 수업에도 지장을 줬다. 수업시간에 항상 머리가 맑았는데, 새벽공부를 시작하니 오전부터 졸음이 쏟아졌다. 이후로는 오후 11시30분이면 하던 공부를 놓고 잠을 자러 갔다. 친구들이 칼같이 정확하다고 해서 ‘칼잠 잔다’고 놀릴 정도였다.
 

▲요점 정리하며 푸는 수학교재(왼쪽), 시험 기간에 쓴 플래너.

이군은 또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았다. 그중 하나가 교재 한 권을 최대한 단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거다. 교재를 다 풀면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어 학습 효율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군은 “예전에 교재 한 권을 하루에 2~3장씩 풀었다가 막판에는 집중력이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 이후에는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교재 분량을 하루에 다 끝낼 정도로 짧고 굵게 공부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야간자율학습 3시간 동안에도 보통 한 과목에만 집중한다.

여느 모범생처럼 수업을 집중해 듣지만 필기는 거의 안한다. 수업을 집중해 들으면서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는 게 필기 열 번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필기에 집착하다보면 선생님 얘기를 하나만 제대로 못 받아 적어도 괜히 불안해 진다”면서 “그러다 정작 중요한 핵심 내용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수학문제 풀면서 핵심 요약노트 작성
문제를 풀 때는 항상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내신과 모의고사를 포함한 모든 시험은 출제자의 의도를 읽을 줄 알아야 정답을 찾는 과정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군은 “평소에 공부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문제를 풀고 답을 찾을 게 아니라 ‘이 문제를 왜 냈는지’ 한 번 정도 고민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과생이어서 학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건 수학과목이다. 고1 때까지는 수학공부법도 평범했다. 수학 문제 풀고, 채점하고,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이후 공부법을 바꿨다. 1등급이었던 성적이 4등급으로 떨어진 게 이유다. 틀린 문제 대부분이 다시 풀어보면 답을 맞힐 정도로 실수투성이였다. 이군은 “몰라서 틀렸으면 억울하지 않았을 텐데,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도 순간의 실수로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에 스스로한테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후 수학 문제풀이 양을 2배로 늘렸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문제를 풀면서 시험 때 볼 핵심 요약노트를 만들었다. 문제를 풀 때 크게 4단계를 거친다. 1단계로는 문제를 풀면서 발견한 팁이나 요령을 교재 빈 공간에 메모한다. 예컨대 벡터 문제를 풀 때 ‘좌표나 도형을 이용해 풀 수 있다’고 적어 놓는 식이다. 이후 채점을 하면서 해답지에 나와 있는 새로운 문제 풀이 방식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 실수 등에 대해 적어 놓는다. 시험 일주일 전에 이런 내용을 모아 요약노트를 만들고, 시험 직전에 이 노트로 최종 복습을 한다. 다시 풀어봐야 할 문제는 교재에 별표나 세모표시를 해놓고, 오답노트는 따로 만들지 않는다. 이군은 “이런 식으로 했더니 문제 푸는 요령도 생기고, 평소에 공부하면서 시험 요약노트도 만들 수 있어서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국어과목 공부할 때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데 집중한다. 비문학 제시문을 읽을 때도 전체 주제와 다음에 이어질 내용 등에 대해 고민한다. 그는 “단락만 보면 서로 각기 다른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출제자의 의도와 다른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해 오답을 고를 수 있다. 항상 큰 그림을 보면서 글을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시험 한 달 전부터 TV 시청, 인터넷 사용 금지
집중력을 키우는 그만의 방법도 있다. 시험 한 달 전부터는 TV나 인터넷처럼 학습에 방해되는 요소는 전부 끊는다. 공부할 시간 뺏기는 것보다 사고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을 할 때 대부분 사람은 비판의식 없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고력, 비판능력 등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군은 “실제로 시험이 끝난 후 TV 실컷 보다가 다시 공부하려고 교과서를 펴면 글자들이 머릿속에서 튕겨져 나가는 것처럼 집중이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타이머를 이용해 집중력을 높이고 있다. 문제 풀 때마다 시간을 재는 용도보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목적이 더 크다. 타이머 안의 초 단위 숫자가 빠르게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빨리 집중해서 공부하자’는 마음을 상기한다는 얘기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플래너를 이용한다. 30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지는 않지만 시험기간에는 하루를 반성하는 의미로 짧게 일기를 쓴다. 좋은 성적이 나와도 자만하지 말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평소에 아무리 철저하게 시험 대비를 했어도 시험 날 컨디션이 나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군이 좋은 성적을 유지한데는 부모의 역할도 컸다. 부모님은 이군이 어떤 상황에서도 믿고 사소한 일에도 칭찬해주려고 노력했다. 이군이 중2 때 아주 잠깐 게임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군은 당시 시험 끝난 당일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갔다가 축구게임에 흠뻑 빠졌다. 이후 일주일 동안 방과 후 집에서 게임만 했다. 컴퓨터가 거실에 놓여있어 부모님도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거라고 믿고 기다렸다. 부모님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이군은 일주일 만에 거짓말처럼 게임을 그만뒀다. 이군은 “당시에 부모님이 혼냈으면 반항심에 게임에 더 빠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 얘기도 안하니까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아일보, 글= 전민희 기자, 사진= 김상선 기자, 2016.11.30.

http://news.joins.com/article/20944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