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에서는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작가 이종범이 버스킹에 나섰다.

이종범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종범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이종범은 “만화를 연재하기 전에 사람들이 보통 어떤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많이 검색을 해보고 알아본다.”고 말했다. "연말이면 술자리, 우울증, 슬럼프 등의 단어가 나온다."라며 슬럼프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슬럼프'의 의미를 두 가지로 나눈다"며, "우리가 지쳐있거나, 흔히 말하는 번 아웃 상태에 있을 때"를 첫 번째 의미라고 소개했고, 두 번째 의미로는 "내가 이것을 지금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잃어버렸을 때"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 의미의 슬럼프는 쉬면 되지만 두 번째 의미의 슬럼프는 단순히 쉬는 것만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이종범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슬럼프를 겪는다고 말하면 안 된다. 슬럼프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걸 왜 지금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잃어버렸을 때가 슬럼프다"라며 "대부분의 사람이 이 질문을 당연하게 넘어간다"고 전했다.

이종범은 사람들이 반드시 하는 질문에는 ‘뭐 하고 먹고살지?, 뭐 재미있는 것 없나?’ 등 무엇에 해당하는 질문들이고, 그 중 일부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한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당히 넘어가는 것 같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는 이유'가 '그 일의 유통기한'을 정해준다"고 설명하며 '왜'라는 질문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그는 "일을 하는 이유가 일의 유통기한을 정해준다"면서 대학에 가기위해 공부하는 학생은  "대학에 붙는 순간 공부의 유통기한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왜 만화를 그리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까지 7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저희가 보통 산에 올라갈 때는 그냥 올라가죠. 하지만 높은 산에 올라갈 대는 중간에 베이스캠프라는 걸 만들어요. 그곳에서 우리들은 계속해서 정상을 향해 올라 갈 에너지를 모으고요. 준비를 하죠. 그런 사람한테 너 아직 산꼭대기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왜 베이스캠프를 치고 그래? 라고 하지 않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덧붙여서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는데 이유가 분명하지 않아서 혹은 생계니깐 할 수 없이 일단 하고 있고 나는 이유를 아직 못 찾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만약에 죄책감을 느끼고 계시다면 저는 거기에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전혀 죄책감을 가질 일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우리 본능은 당장 답이 안 나오는 질문을 갖고 가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하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무섭다는 건 여러분이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본능입니다.

문제는 거기서 죄의식을 가질 것이 아니고요. 슬럼프에 빠졌다는 느낌의 이유가 내가 가지고 있는 이유의 유통기한이 다 됐구나라는 걸 알고만 있다면 영원히 이 일을 하면서 고통받을 거라는 대신에 다음 번 이유를 찾을 때까지 한번 나아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즉 슬럼프가 오신다면 저는 그게 굉장히 좋은 표지판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여러분이 허리춤에 달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그 이유의 유통기한이 다 되었다는 표시인거죠. 이제 여러분들은 여기에서 지금까지 가져왔던 이유를 재발견하거나 혹은 그 다음 단계의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사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에너지를 재충전하듯이 공부를 하다가 슬럼프가 온다면 나만의 베이스캠프에서 공부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