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재미에 빠지면 영어, 수학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게 될 테다. 그래서 우리나라 부모들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책을 반강제로 읽히고 중고등학교 때는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한다. 탁월한 전략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비판 정신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할 때 비판 정신 충만한 이는 비판하는 만큼 괴롭다. 윗분들이 싫어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분들이 책을 엄청 읽은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그런 분은 극소수다. 주위에 성공했다는 분들을 차근차근 따져보라. 책을 별로 안 읽었거나 좋지 않은 책만 골라 읽었거나 그런 분들이 훨씬 많다. 좋은 책일수록 재미와 비판 정신과 창의력의 강도가 높아서 읽게 되면 사회 생활하는데 매우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한다. 나도 내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사실은 나는 좋은 생각을 한다고 자신한다. 자신의 삶과 공부에 바탕을 둔 최선의 생각이 '좋은 생각'이라면. 그런데 내 생각이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으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좋은 생각' 혹은 '보통 생각'과도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늘 두려웠다. 개성 시대라고 하는데, 생각은 개성 시대가 아닌 것 같다. SNS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생각 몰개성'의 증거가 아닐는지.
하더라도 나만의 '좋은 생각'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만 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성공한 사람이 될 수는 없더라도 생각 좀 하고 사는 사람은 기필코 될 수밖에 없다.
김종광 님 | 소설가
김종광 님은 1998년 문학동네에 단편 소설 〈경찰서여, 안녕〉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별의별》, 《왕자 이우》 등이 있습니다. 2000년에는 대산창작기금을, 2001년에는 신동엽창작상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