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성자로 불리는 슈바이처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슈바이처가 잠들기 전, 어머니는 어린 아들의 머리맡에서 기도를 해 주었지요.
“우리 슈바이처가 오늘 하루를 잘 보냈습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으며 그림 공부, 악기 연습도 성실히 했습니다. 오늘밤 슈바이처가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해 주시고, 그 꿈처럼 빛나는 사람 되게 해 주십시오. 또한 우리 가족이 늘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속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사랑이 가득 담긴 이 기도에 대하여 슈바이처는 의문을 품습니다.
“왜 엄마는 나와 우리 가족만을 위해 기도하시지?”
슈바이처가 살고 있는 집 주위에는 아름다운 숲이 있었습니다. 숲에는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시냇물 주위로 꽃들이 철따라 피어났지요. 어린 토끼와 사슴들이 숲 사이를 뛰어다녔고, 거미줄에 맺힌 이슬방울들이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났습니다. 슈바이처의 의문은 곧장 어머니에게 전달됩니다.
“엄마, 숲 속에는 작은 시내와 꽃과 나비들도 다 있는데 엄마는 왜 그들을 위해서는 한 번도 기도하지 않으세요? 그들도 다 내 사랑스런 친구들인데요?”
어린 아들의 질문에 슈바이처의 어머니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인류가 낳은 성자의 한 사람으로서 슈바이처의 사고의 틀은 사실 어린 시절 가정교육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가풍이 수려했던 슈바이처의 집에는 동서고금의 서적들이 가득 찬 서재가 있었는데 어머니는 아들의 영혼의 성장을 위해 어린 시절 내내 즐겨 책을 읽어 주었던 것입니다. 왜 숲 속의 동물들과 시냇물을 위해서는 기도를 하지 않느냐 묻던 슈바이처의 질문도 사실은 어머니의 오랜 책 읽어 주기에서 비롯된 것이었지요.
명저, '생명에의 외경'에 실린 이 한 편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뜻깊은 깨우침을 줍니다. 삼라만상의 자연을 사랑하고 궁핍한 이웃들을 마음 안에 껴안을 수 있다면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별이 될 것입니다. 하루 10분, 당신의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세요. 결코 쉽지 않은 그 일이 한 아이의 삶에 커다란 축복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곽재구 님 | 시인
곽재구 님은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순천대 문예 창작학과에서 시를 강의합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사평역에서》, 《와온 바다》, 산문집 《곽재구의 포구 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 등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