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花緩步當經車
黃四孃家花發初
覓句不須呼紙筆
溪邊怡好細沙書
수레 대신 천천히 걸어 꽃을 찾아 나서네
황 씨네 넷째 딸 집에 꽃이 막 피어나네
시 쓰겠노라 종이와 붓 찾지 말게
시냇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써 나가리니
추사의 절친 자하 신위의 시입니다.
시냇가 모래밭 위에 손가락으로 써 내린 시
꽃 핀 세상 이곳저곳을 걷다
문득 마주한 모래밭 위에 한 구절의 시를 쓸 수 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우아한 일인지요.
남쪽 바닷가 마을들에 꽃들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으로 시 한 구절 남길 모래밭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음 어두운 당신, 오월엔 당신의 영혼을 위로할
작은 모래밭 하나를 찾아 길 떠나는 것 어떻겠는지요.
꽃을 사랑하고 마을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 오월의 기쁨 아니겠는지요.
수수꽃다리 꽃향기 자욱한 봄날에 씁니다.
곽재구 님 | 시인
곽재구 님은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순천대 문예 창작학과에서 시를 강의합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사평역에서》, 《와온 바다》, 산문집 《곽재구의 포구 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 등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