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농구공을 들고 나간다. 요즘은 체육관을 빌리고 정식으로 팀을 짜는 사회인 농구가 대세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이 밤새 길거리 농구를 하던 때가 있었다.
공원이나 길가의 농구대에 수십 명이 모여들면 밤늦게까지 끝나지 않는 리그가 벌어진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몸과 몸이 부딪치는 맛, 전혀 모르던 사람과 호흡이 척척 맞는 패스를 주고받는 맛, 이기고 나서 다음 도전 팀의 긴장한 눈빛을 느끼는 맛, 탈진할 때까지 뛰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스포츠 음료를 마시는 맛. 나는 그 느낌을 정말 사랑했다.
그래서 한 가지 꿈을 꾸었다. 나중에 내 아이가 자라 길거리 농구장에 들어올 때까지 나도 현역으로 농구장에 남아 있고 싶었다.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의 진로를 걱정한 셈이다.
삼십 대에는 농구장에서 대학생들에게 밀리지 않았는데 사십 대가 되니 느낌이 달랐다. 고무줄 같았던 근육이 서서히 떡으로 변해 가는 느낌. 점프는 낮아지고 속도는 떨어지고 손발은 눈보다 게을러졌다. 서너 달에 한 번 농구를 하니 감도 사라져 버렸다.
간혹 팀을 짜서 시합을 해도 대학생들에게 '어르신'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어 서글퍼진다. 이를 악물어 보지만 승률은 뚝뚝 떨어져서 드물게 이긴 날은 복권을 사고 싶을 정도다.
예전과 달리 길거리 농구장을 찾는 사람이 적어 삼 대 삼 농구를 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 키가 커진 내 아이가 농구장에 들어올 그날, 봐주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아빠에게 부딪쳐 올 그날, 남자 대 남자로 승부할 그날을 생각하며 농구공에 바람을 넣는다. 혼자라도 길거리 농구장에 가서 공을 던진다.
어쩌다 농구장에서 대학생들과 뛰게 되면 옛 기분이 살아난다. 역시 혼자보다는 여럿이 어울리는 게 농구다.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돌아가면 아이들이 묻는다.
“아빠 또 떡 됐어?”
살다 보면 너희도 떡이 되는 날이 올 거다. 그때까지 신 나게 뛰어 보자.

김남중 님 | 동화 작가

김남중 님은 2004년 《기찻길 옆 동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바람이다1.2》, 《불량한 자전거 여행》, 《새나라의 어린이》 등이 있습니다.

출처 좋은생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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