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잃어버리기 챔피언을 뽑는다면 일등 할 자신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전거를 배운 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정기적으로 일 년에 한 대씩 열두 대를 잃어버렸다. 대학 다니면서 두 대, 회사 다니면서 두 대. 합치면 모두 열여섯 대다.
잃어버렸다는 건 내 책임이 크다는 뜻이고 도둑맞았다고 바꿔 말하면 도둑이 나쁘다는 의미가 강하다. 도둑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솔직히 반성하자면 열여섯 대를 도둑맞은 데에는 내 부주의가 큰 몫을 했다. 개미 떼 한가운데 과자 봉지를 열어 두고 개미만 탓할 수는 없다.
자전거 열여섯 대를 합치면 중고차 한 대 정도는 살 수 있는 돈이 된다. 대부분의 자전거를 어머니가 사 주셨는데 생각해 보면 존경스럽다. 나라면 내 아이에게 그 많은 자전거를 사 줄 수 있을까?
살림살이에 부담스러운 지출이었을 테지만 어머니는 자전거를 도둑맞고 돌아온 나를 야단치신 적이 없다. 사라진 자전거를 찾아 헤매다가 밤늦게 지쳐 돌아온 아들, 아끼던 자전거와 헤어져서 마음에 멍이 든 아들에게 말없이 등을 다독여 주는 어머니의 손길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지게 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도둑맞고 다시 새 자전거를 만나며 나는 어른이 되었다. 내가 사랑한 자전거들의 기억은 동화책 세 권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전거 동화책을 어머니에게 드리며 “어머니가 사 주신 자전거들이 이렇게 책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하자 말없이 웃기만 하셨다. 성공한 투자라고 생각하셨을까?
마지막 자전거를 잃어버린 건 팔 년 전이다. 그 뒤로 자전거를 한 대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두 번째 여인의 힘이 컸다.
아내는 내가 열여섯 번째 자전거를 잃어버리자 웃으며 말했다. “한 번만 더 자전거를 잃어버리면 평생 자전거를 사지 못할 수도 있어요.” 자기가 한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뒤로는 어딜 가도 자전거를 보이는 곳에 묶어 놓거나 실내에 둔다.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내 자전거가 아니다.
자전거를 통해 교훈을 하나 더 얻었다. 어머니와 아내는 다르다. 둘 다 좋긴 하지만 착각하면 큰 일 난다.

김남중 님 | 동화 작가

김남중 님은 2004년 《기찻길 옆 동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바람이다1.2》, 《불량한 자전거 여행》, 《새나라의 어린이》 등이 있습니다.

출처 좋은생각 홈페이지

http://www.positive.co.kr/good/71361_48_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