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나는 봄이 서툴다.
갑자기 꽃이 피면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한다.
그러다 가을이 오면 차분해진다.

봄은 우리를 집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자꾸 어디로 가라 한다.
하지만 가을은 우리를 가까이 오라 한다.
집으로 돌아가라 한다.

집을 떠났다가 돌아가는 길은 어떤 것인가?
많은 일을 겪었기에 이제는 인생이 이해된다.
마음이 정리되었기에 단순하다.
수많은 갈등은 이미 잠재웠고,
웬만한 미움과 후회는 조그맣게 축소하여
뒤로 돌려 가볍게 등에 지고 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사랑이 있다.
성공보다 감사가 있고 정의보다 용서가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가을 들녘의 농부처럼
너그럽고 넉넉하다.
그리운 마음의 고향,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글 · 정용철

출처 좋은생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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