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들뜨는 소풍, 몇 날을 벼르는 여행, 특별한 목적의 답사, 꼼꼼한 기행……. 모두가 이전과 다른 빛을 보려는 마음으로 떠나는 길이다.
구경을 나선 우리는 무엇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될까? 답은 건축(물)이다. 세상의 모든 집은 길에 닿아 있고 어디를 가도 건축(물)이 없는 곳이 없다. 아무리 오지라도 사람이 살면 집이 있고, 사람이 떠난 폐허도 건축의 궤적이다. 역사 관광지·유적은 그 자체가 사람 이야기의 무대(건축)이다. 사람 사는 곳에 건축 있으니 사람과 건축은 붙은 꼴이다. 그럼에도 건축(물)을 감상-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렵다. 왜 그럴까. 우선 건축 문화재가 일상의 건축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으론 일반적으로 건축물의 껍데기(형태·외부)만 보고, 설명 또한 역사·건축 양식 등 전문 분야에 치중해 난해하다. 어려우니 이해가 안 되고 이해가 미흡하니 '수박 겉핥기'가 된다.
건축(물)감상 쉽고 재밌게 하는 법. 첫째는 밖에서만 보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몸으로 느끼시라. 자신의 몸을 자막대기 삼아 건축(공간)의 크기를 가늠해 보자. 공간은 껍데기보다 알맹이가 중요하다 공간의 너비·높이·깊이를 내 몸을 기준으로 이해하면 건축(공간)이 가까이 온다. 그다음엔 보(이)는 공간의 배치에 따라 직접-아니면 상상으로-동선을 따라서 걸어 보시라. 이방-저방, 이곳-저곳, 여기-저기, 안-밖을 (천천히-빨리)걷고, 멈추고, 앉고, 기대고, 올려보고, 내려보고, 뒤돌아보며……. 마치 내가 그 공간의 주인이듯이. 그러면 공간(건축)의 조직과 구성이 쉽게 보인다. 그러는 사이 빛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공간감을 느낀다면 비단 위에 더한 꽃이다. 내 몸(마음)을 중심으로……, 구경하며 배우는 건축 참 재밌다.


이일훈 님 | 건축가

이일훈 님은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집'을 늘 고민합니다. '기찻길 옆 공부방', '밝맑도서관',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등의 건축을 통해 주변과의 조화, 공동성의 실천, 친환경과 에너지 등의 관심사를 탐구했습니다. 글맛과 입담이 좋은 그는 《사물과 사람 사이》, 《제가 살고 싶은 집은》,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불편을 위하여》 등 다수의 책을 펴냈습니다.

출처 좋은생각 홈페이지

http://www.positive.co.kr/good/71336_48_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