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뉴스에서 “연예인 아무개, 미모의 일반인과 결혼.”이란 자막을 보며 드는 몇 가지 생각. 연예인이 일반인과 결혼하는 것이 이상한가? 일반인이 미모이면 의아한가? 일반인이라니……. 그럼 특별인도 있나?
우선, 아름다운 얼굴 모습을 이르는 '미모'는 객관적 판단 기준이 없기에 뉴스에 쓰는 말로는 적절치 않다. '제 눈에 안경'이란 관용구가 그 기준 없음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안 예쁜 신부도 있나 뭐.” 하는 광고 문안을 보라. 신부는 다 예쁘고 다 미모다.
또 하나, 연예인 아무개와 결혼하는 신부가 '일반인'이라는 표현은 바르지 않다. 이는 연예인을 특별하다고 여긴 데서 나온 것인데 연예인이란 직업은 특이하지만 사람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우월하게 보이는 정치인·언론인·유명인·법조인·기업인도 그저 한(현)시적 지위나 신분이 다를 뿐 특별인이 아니다. 봉건 사회(시대)에선 세습되는 지위나 신분으로 특별한 사람이 있었지만 자유 민주 사회(시대)에 일반인(보통 사람) 아닌 특별한 사람이란 있을 수 없다. 만약 있다고 여긴다면 스스로 노예이니 참 불행한 일이다. 그러니 누구에게라도 일반인(보통 사람)이란 말을 특정한 직업과 신분을 대비하며 칭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보통·보편·일반·평범이란 언뜻 들으면 못난 듯하지만 살필수록 근사한 말이다. 사랑과 자비를 권하는 종교도 모두 그 뜻이 보편적으로, 일반적으로 실천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보편적 가치의 일반적 지향이 무엇보다 소중하단 선언, 그 대상인 일반인(보통 사람)인이야말로 소중하고, 존엄하고, 고유하고, 귀한 존재다.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같이 평등하므로 서로가 특별한 것이다. 그 보통(일반)성이 일구고 보듬는 평화! 아 그 경지의 화평이라니! 천국이 따로 없으리…….

이일훈 님 | 건축가

이일훈 님은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집'을 늘 고민합니다. '기찻길 옆 공부방', '밝맑도서관',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등의 건축을 통해 주변과의 조화, 공동성의 실천, 친환경과 에너지 등의 관심사를 탐구했습니다. 글맛과 입담이 좋은 그는 《사물과 사람 사이》, 《제가 살고 싶은 집은》,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불편을 위하여》 등 다수의 책을 펴냈습니다.

출처 좋은생각 홈페이지

http://www.positive.co.kr/good/71337_48_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