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하기 전부터 나는 크리스마스에 아이가 태어나길 원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생일, 온 세상 사람들이 기억하고 축하해 줄 생일이니 가장 좋은 날짜다. 고백하자면 따로 챙겨야 할 선물과 파티를 한 번에 해치우려는 실용적인 이유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첫아이는 크리스마스를 보름 정도 앞두고 세상에 나왔다. 계획이 어긋나면 목표를 수정하면 되는 법이니까 두 번째 아이 생일도 같은 날이 되면 좋겠다고 아내와 웃었다.
결국 두 번째 아이도 십이월에 태어났는데 둘 다 자연 분만임에도 생일이 같았다. 아내는 예전부터 내가 바라는 건 다 이뤄진다며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렇다면 통일이나 세계 평화가 아득한 것도 내 탓인지 모른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케이크 하나에 촛불을 두 번 켰다. 생일 선물을 크리스마스랑 몰아서 해 주기도 했다. 부모 중심의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적인 생일 잔치였는데 초등학생이 되니 아이들이 억울해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아이들이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구분해서 둘 다 확실히 지켜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래도 역시 케이크는 하나씩만 샀는데 두 아이가 취향이 달라 의견 조율하기가 힘이 들었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이 있고 짬짜면이 있듯 케이크도 반반 메뉴가 나오면 좋겠다.
지난 생일 때, 곧 중학생이 될 큰아이가 생일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연달아 받으니 미안하다고 하나로 합치자며 웃었지만 작은아이의 반대에 없던 일이 되었다.
어릴 적, 형과 합쳐져 은근히 넘어간 생일 때문에 한이 맺혔는지 작은아이는 전화기를 보며 2080년까지 생일을 표시해 뒀고 받고 싶은 선물도 적어 두었다.
생일 한 번 잘못 정해 준 탓에 그때까지 꼬박 선물을 챙겨 줘야 할 숙제가 생겼다. 최선을 다해 오래 살아야겠다.

김남중 님 | 동화 작가

김남중 님은 2004년 《기찻길 옆 동네》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자존심》으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바람이다1.2》, 《불량한 자전거 여행》, 《새나라의 어린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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