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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것에는 무언가가 있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7-02-17 16:45:42
조회수 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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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어느 날 나에게 출근하기 전에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잠을 잔다고 말했다.


잠을 잔다.
잠을 자고 꿈을 꾼다.
거기에는 뭔가가 있다.
이불 속에 누나가 있는 것처럼, 잠을 자고 꿈을 꾸는 것에는 무언가가 있다.
꿈을 꾸는 느낌은, 이불 속의 누나와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꿈에서 깨어 지난밤 꿈을 생각하는 일은 어젯밤 나를 안고 있던 누나의 팔을 생각하는 기분이다.
그 모든 것에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게 누나에 대해 생각하려는 찰나에 사장은 나를 씩 웃으며 쳐다보았다.
사장은 뭘 좀 하지 그러니 하는 표정과 재미있다는 표정이 합해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사장님은 뭐 하세요? 하고 물었다.
사장은 책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산책도 하고 잠도 잔다고 했다.


나는 무슨 책을 보아야 할지 모르겠고 어떤 사람을 만나야할지 모르겠다.


그에 앞서 만날 사람이 없다.
만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누나 옆에 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름다운 삼각형을 만들 것이다.
갈 곳이 있다면 좋겠다.
나는 아름다운 곳을 알지도 못하고 어떤 곳이 상쾌한 곳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사는 동네가 아름답고 상쾌한 곳의 반대 점에 위치한다는 것은 안다.
분명히 안다.
추하거나 멍청한 돈네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동네였다.
나쁘지는 않았다.
살인사건이 자주 일어나거나 시가지로 가려면 버스를 두세 번씩 갈아타야 되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자꾸만 무엇을 관두고 싶게 만드는 동네일뿐이었고 관두기 전에 시작도 하기 싫게 만드는 동네였다.
나는 사장은 대체 어디서 산책 같은 것을 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사장이 걷는 거리는 햇빛이 비춰줄 것이고 기분 좋은 바람이 스칠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사장이 대답한 모든 것을은 하나하나 제쳐졌다.
잠시 후 사장은 영화 보는 건 좋아하니 하고 물었고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잠시 후 사장은 그림 보는 건 좋아하니 물었고 나는 또 잘 모르겠는데요 라고 했다.
사장은 그림도 영화도 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 모든 것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았다.
사장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여행은 좋아하니?" "특별히 가본 적이 없어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것은 성의가 없을 것 같아 한 대답이었다.
사장은 내 어개에 손을 얹은채로 얼굴을 내 얼굴 쪽으로 가까이했다.

"여행을 가봐 꼭. 너한테 도움이 될거야."

그러고는 싱긋 웃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네, 라고 대답했으나 여전히 모든 것에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이야기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출처 http://bit.ly/2kwh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