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절반이나 채워져 있다?
물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죠?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은
3번째 사람입니다.
‘물잔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 나’
바로 ‘희망’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는 희망을 품는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희망을 잘 모릅니다.
희망은 구제불능일 정도로 천진난만한 소망을 갖는
낙관주의가 아닙니다.
삶의 비참함이라는 비관주의에 기반을 두지만
그렇다고 비관주의도 아니죠.
진정한 희망은 희망을 믿음직하게 만드는
현실에 기반을 둡니다.
우리는 희망을 통해서 절망적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을 얻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희망은 문제를 극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했고,
칸트는 ‘보상을 희망하는 자여야 정의로울 수 있다’고 하며
희망을 도덕적 행동의 강력한 동기로 봤죠.
희망은 역설적인 면도 가집니다.
희망의 부재 역시 우리 절망을 치유합니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한 영국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희망은 당신을 잠들지 못하게 하고 미치게 한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훨씬 더 편안하다.”
또 스토아철학자들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너무 높게 오르지 않으면 추락할 일도 없다.”
희망이 아닌 희망의 부재야말로
우리를 절망에서 구원할 수도 있습니다.
희망의 존재, 희망의 부재,
우리는 희망으로 인생을 삽니다.
희망을 품으십시오.
아니, 희망을 버리십시오.
과거와 현재가 달랐다면
미래도 현재와 다를 수 있으리니!
출처_낙관하지 않는 희망_테리 이글턴_거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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