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며 얻은 것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그중에 가장 큰 한가지를 꼽자면, 나를 객관화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흔들리고 위태로울 때 내가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갖게 된 것은 6번인 나에게 상당한 안정감을 주는 일이다. 이 정서적 안정감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마음이 흔들리고 화가 많이 날때 그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심호흡이나 명상을 하고, 공간을 벗어나도록 하라는 지침은 에니어그램을 포함한 여러 학문에서도 권장하는 일이다. 이번 5단계 학습과정에서 특히 내게 울림을 주었던 프로그램은 각 유형별 격정과 방어기제에 관해 소모임방에서 스스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과정이었다. 나의 감정과 행동을 돌아보고 그 경험에 대해 간단하게 고백하는 것은 처음 했을 때는 이게 뭐하는 건가 싶었지만 반복하는 과정에서 큰 개운함을 느꼈다. 만약 그 경험에 대해 구구절절 당시에 느꼈던 나의 감정과 내가 처했던 상황 등을 말했다면 그건 결국 나의 방어기제를 강화하고, 6번의 틀 안에 갇히는 결과를 야기했을거다. 불안감에 휘둘리지 않는 일. 내 성격에 갇히지 않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의 감정과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일. 에니어그램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았고, 앞으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생각이다. 에니어그램은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근거를 줬고, 그 덕분에 더 나은 나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신론자인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에니어그램을 믿는다. 오직 에니어그램만이 나를 평화롭게 하고, 나를 긍정할 수 있게 해준다. 끊임없이 의심하는 나에게 에니어그램은 한번도 허술했던 적이 없다.

  에니어그램은 때로 8번처럼 강인하게 이끌고, 2번처럼 포근하게 감싸준다. 4번처럼 영혼을 풍부하게하고, 5번처럼 경이로운 지식의 체계를 갖췄다. 1번처럼 그 체계에 빈틈이 없고, 따르면 3번처럼 성찰의 인사이트를 준다. 7번처럼 이 모든 과정이 새롭고 즐거우며, 9번처럼 깊고 잔잔해 쉼없이 흔들리는 나를 품어준다.

  이끌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온라인 강의가 불안이 심한 나에게 좋은 선택지 이기도 하지만, 함께 이 길을 걸어가는 많은 분들께 직접 감사의 인사를 건네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