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을 배우게 되면서, 우선 저를 먼저 이해하는 시간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5유형인 저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여서 저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제가 남에게 관심이 부족하고, 차갑다고 오해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이번 과정을 통해서 9유형인
아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계획이 없이 행동하고, 다소 게을러보이며, 숙제를 하지 않는 아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고, 저를
괴롭힌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큰소리가 오가고, 아들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후회와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에니어그램은 나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줬을 뿐 아니라 저의 아들에 대한 넓은 마음을 갖도록
했습니다. 유난히 계획이 없는 행동을 보이는 아들을 바라보는 저는 참을 만큼 참다가 감정을 폭발했습니다. 다른 유형도 그럴 수 있겠지만,
생각없이 행동하는 아들을 너무나 격하게 지적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나름대로 잘 하고 있고, 어쩌면 엄마인 저의 기준에 맞지
않을 뿐이지 전반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약한 부분을 깨달으니 이것은 아들의 문제가 아니라 저의
문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게 된 것은 제가 아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애쓰면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화를 내면 아들은 입이 얼어붙은 것처럼 말도 제대로 못하고, 둘러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한 채 상황이 종료된 후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곤 했습니다. 자기주장도 못하는 모습에 저는 더 답답하고,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9유형인 아들이 화내는 엄마를 보면서 얼마나 마음 졸였을지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몰려오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아들과 사이가 좋아지게 된 것은 제가 유형을 변경해서 그런 것
아닙니다. 온전히 저로 있으면서 스스로를 파악하고, 나의 상태를 알아가면서 깨닫고, 바꾸려고 애썼습니다. 아들 역시 여전히 9유형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먼저 손을 내밀어서 상대방이 싫어하는 모습을 피하고, 애정이 가득한 저의
마음을 온전히 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원하고, 잘못된
것을 되풀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고 단순한 노력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에니어그램은 나와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해주는 소중한 경험의 장을 마련해주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