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부모님,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였고,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있었고 그리고 사람들과 잘 지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 보다는 현재
중심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어디서든 나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좀 불편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주변의
말을 많이 따랐으며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같이 했다. 그리고 주어진 어떤 과제가 아니라면 나에 대해 많이 고민하지도 않았다. 업무를 잘해서
주변의 칭찬이 이어져도 내가 잘난 사람이라고 나타내고 싶지 않았다. 나 스스로는 그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12년
일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재취업을 했다. 집에서 육아를 하면서 나는 그 전의 나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재취업을 해서
일하고 있는 나는 또 다른 나였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성격이 변했나, 자존감이 떨어졌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왜 예전의 모습과 다른
모습인지 고민했었다.
애니어그램을 접하면서 그런 뿌옇던 생각들이 하나씩 실타래가 풀리듯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9번유형이었던 것이다. 10대 20대 30대 현재 40대 모습들이 전부 다른 것 같아서 변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9번유형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모습에서 변하지 않았던 하나는 난 평화와 조화를 중시하고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좋아했다. 나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하고싶은 것은 꼭 이루어내는 즉각 행동하는 나의 모습이 9번에 있었고, 사람들을 볼 때 항상 자동적으로 사람의 강점을
생각해내는 것도 9번유형이었다. 그리고 ‘상관이 없다’고 최면을 거는 방어기제와 후퇴하는 행동방식을 보면서 정말 나라고 생각되어 놀랐다.
문제상황을 잘 만들지도 않고 문제상황에 봉착하는 것도 싫지만 문제가 생기면 난 항상 회피하는 부분이 강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
생각되는 부분도 상당하고, 행동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해결되리라 믿는 부분이 상당했다.
9번 하위유형을 보았을때도 나의
행동패턴이 왜 그랬는지 너무 이해가 되어서 애니어그램을 통해 나를 온전히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유형별 특징에서 유형이 하기 싫은 일은 또 어찌
그리 다 하기싫은 것만 적혀져 있는지..
내가 변한 게 아니라, 20대 좀 더 활동적이었던 나의 모습은 3번 통합방향이어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고, 지금은 6번 분열방향으로 있기 때문에 좀 더 불안감이 많아지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몰랐던 내가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나를 애니어그램이 깨닫게 해주었고 각성시켜주었다. 그리고 나는 색깔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색깔이 다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온전히 이해받으니 내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 지도 명확히 인식이
되었다. 3번유형의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싫었는데 내가 그 방향으로 노력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20대
모습이 3번유형의 통합을 사용했다는 것을 다시금 각성하게 되면서 더더욱 내가 통합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9번인
나를 계속 일깨우면서 3번의 행동을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그러나 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애니어그램
명상을 항상 되새기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활하고 싶다.
